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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강원도

강원도 양양 휴휴암 :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쉼을 즐긴 사찰 여행

by 올리버 2021. 4. 14.

강원도 양양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휴휴암이었다. 쉬고 또 쉰다는 뜻을 담아 이름 붙여진 사찰로 미움과 어리석음, 질투와 시기, 갈등과 증오를 포함한 팔만사천의 번뇌를 내려놓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해서 괜시리 더 마음이 갔다. 특히, 몸과 마음을 편히 쉬며 짧은 여정의 마무리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기에 이로 인한 여운이 깊게 남았다. 

 

 

뿐만 아니라 때마침 우리가 휴휴암을 방문한 날이 부처님 오신 날 행사가 진행되는 당일이었던 관계로, 풍성한 볼거리를 마주하게 돼 즐거웠다. 그렇게 색색깔의 연등이 곳곳에 배치돼 시선을 사로잡는 것을 시작으로 흥미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이와 함께 탁 트인 바다 곁에 터를 잡은 사찰의 매력도 만족스러움을 더하기에도 충분했다.

 

참고로, 휴휴암을 다녀온 시기는 2020년 5월이었다. 

 

휴휴암의 대웅전인 묘적전 앞에서는 불상에 물을 부어 아기 부처를 목욕시키며 관불의식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다. 관불은 부처님 오신 날 행사의 일환으로,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행함으로써 모든 탐욕의 때를 씻어내는 의식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묘적전 내부에서 하얀 옷을 갖춰 입은 백의관세음보살상이 포착돼 시선을 집중시켰다. 묘적전이라는 이름의 법당 하나로 창건된 이후, 1999년에 이르러 바닷가에 누운 부처님 형상의 바위가 발견됨으로써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로 이름을 알리게 된 휴휴암은 관음성지다운 면모를 뽐내서 인상적이었다. 

 

위의 사진 속 오른쪽에 위치한 비룡관음전에서는 청룡 위에 존재하는 관음보살을 만나는 것 또한 가능하니, 이 기회 역시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직접 보고 나면, 비룡관음전이라는 명칭을 떠올릴 때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것이다. 

 

천천히 둘러보며 움직이는 사이에 휴휴암 주변을 흐르는 푸르른 바다의 풍경이 점점 더 가까워져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강원도 양양 여행을 하는 동안 동해 바다를 중심으로 세워진 사찰의 아우라를 경험하게 돼 행복했다. 

 

잠시 후, 연화법당으로 가기 위해 바다 옆으로 자리한 모래사장을 걷고, 또 계단을 올랐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는 도중에 바다 주변으로 시원한 쉼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었다.

 

부처님 오신 날 행사가 진행되는 날이긴 했지만 아직은 아침 시간대였던 관계로, 인파가 그리 북적이지 않아서 원하는 곳으로 유유히 이동하는 게 어렵지 않아 다행스러웠다. 

 

연화법당은 휴휴암 앞바다에 넓게 펼쳐진 너럭바위를 의미하며, 이곳은 연화대라고도 불린다. 여기에는 동해 해상 용왕단이 설치되어 있어 치성을 드리고자 찾는 사람들이 상당했다. 이와 함께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여 제단 위에 가득 차려진 음식도 눈여겨 볼만 했다. 

 

그런 의미에서, 바다 위의 야외법당에서 간절함을 담아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연화법당 근처, 바다 연화법당 자연에 동물농장이라는 타이틀이 내걸린 안내판에는 이런 설명이 쓰여진 걸 발견할 수 있었다. 광어바위 주변에는 황어 떼, 발가락 바위와 발바닥 바위 중간에는 숭어 떼와 해달 가족 및 청동오리 떼가 몰려 와 있고 광어와 우럭은 방생한 치어들인데 고기밥을 주면 다리 밑에서 떼를 지어 몰려나오는 것이 장관이라고 한다.

 

 

덧붙여, 많은 갈매기 떼가 몰려와 있어도 고기들을 잡아먹지 않는다고 해서 신기했다. 직접 눈으로 본 건 아니지만 말이다. 대신에 이날은 황어떼들이 무리지어 헤엄치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엇는데 기대 이상으로 어마어마함이 느껴져 꽤 오래도록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현장을 직접 목격하진 못했으나 이날의 방생고기가 우럭임을 알려주는 종이를 봤던 게 기억에 남았다.   

 

햇살 좋은 날, 파도가 잔잔한 바다의 광경에도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었다. 날씨가 진짜 좋았어서 봄여행을 즐기기에 더없이 완벽했던 주말이었다는 점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연화법당에서 나와 돌아가는 길에 잠시 멈춰서서 바라 본 동해 바다의 맑은 물빛도 영롱하기 그지 없었고, 이에 뒤지지 않는 하늘빛도 감탄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전부 다 그림 같았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실감하며 천천히 다음 장소로 나아갔다. 

 

연화법당에서 올라와 찾아간 곳은 범종루다. 범종루에 있는 관음범종은 삼천삼백삼십관으로, 현재 사찰에서 사용하고 있는 범종 중에서도 가장 웅장하고 큰 규모를 자랑하며 사방에 관세음보살을 새겨 모신 독특한 종이다. 게다가 국내 최초로 순금을 입힘에 따라 아름다운 황금종의 자태를 뽐내는 것 또한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하여 범종루 전체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과정 속에서 황금종의 존재감이 남다르게 전해져 왔음은 물론이다. 

 

종은 약하게 치라는 당부의 문구가 쓰여져 있었는데, 이 종을 세 번 치면 업장이 소멸돼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져 앞길이 열림과 동시에 복이 들어온다고 한다. 지옥중생들도 극락세계로 가라고 종소리를 울려주는 것이라는 설명도 이목을 잡아끌었다. 

 

범종루 곁을 한 바퀴 돌며 황금종을 살펴봤더니, 관세음보살의 모습이 곳곳에서 확인돼 탄성을 내뱉게 도왔다. 관음범종에 새겨진 정교한 문양과 글자 역시도 멋스러움을 자아냈다. 

 

범종루 앞쪽에 놓인 커다란 두꺼비와 거북이 조각상도 눈에 쏙 들어왔다. 그 뒤로 푸르르게 우거진 소나무와 새파란 하늘과 바다도 마찬가지. 

 

마지막으로 만나 본 주인공은, 관음성지 휴휴암 앞 동쪽 끝자락에 모셔진, 무려 높이 53자에 달하는 지혜관세음보살이다. 손에 항상 책을 안고 다니는 것이 특징으로, 학문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모든 학문을 통달하게 하고 지혜가 부족하여 어리석은 사람들에게는 위없는 지혜를 갖추게 한다고 했다.

 

 

휴휴암 초입에서도 한 눈에 바라다 보였던 지혜관세음보살을 가까이서 보게 되니, 이에 따른 포스가 남달라서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거대한 비주얼에 고개를 들고 우러러 보게 되었던 찰나였다. 지혜관세음보살 옆으로는 동해해상용왕신과 남순동자가 자리한 점도 감명깊었다. 

 

지혜관세음보살의 품에서는 지혜를 상징하는 책이 반짝였고, 인자함이 깃든 표정과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카리스마 역시도 돋보여서 한 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학창시절에 왔더라면 학문을 위한 기도를 드리고 갔을 법도 한데, 지금은 머리만 커져서 그런 것보단 휴휴암만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이곳저것 둘러보는 재미에 푹 빠져버리고야 말았다. 

 

지혜관세음보살이 자리잡은 곳에서 바라 본 연화법당도 멋졌다. 결론적으로,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사찰의 묘미를 제대로 만나보게 해주었던 강원도 양양 휴휴암에서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거닐다가 날씨가 더워서 파라솔 아래 벤치에 앉아 휴휴암에서 판매하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빙그레 슈팅스타콘 트리컬러를 골랐는데, 오랜만에 먹는 재미가 쏠쏠해서 신이 났다.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알갱이가 선사하는 유쾌한 식감과 달콤한 아이스크림의 콜라보레이션이 환상적이었다. 휴휴암에서 쉬고 또 쉬며 아이스크림을 먹던 순간의 행복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눈 앞의 경치도 최고, 아이스크림의 맛도 훌륭했으니 말이다.

 

아마도 점심 때까지 머물렀다면 사찰에서 준비한 떡 등의 간단한 먹거리를 만나볼 수도 있었겠으나 그러기엔 시간이 좀 많이 남았고 사람들도 몰릴 것으로 예상돼 일찌감치 휴휴암을 나왔다. 이때는 그나마 코로나19 확산이 덜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대비는 해야겠다 싶었고, 차가 밀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해 왔던 길을 되돌아가게 됐다. 

 

시간상 사찰 전부를 속속들이 둘러보긴 힘들어서 놓친 게 많은데, 그런 의미에서 재방문을 통하여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픈 마음이 있다. 절의 이름만으로도 마음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 주었던 휴휴암이었으므로.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쉼을 즐기게 해준 강원도 양양 휴휴암에서의 사찰 여행이 마지막 코스라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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