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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강원도

강원도 양양 낙산사 의상대와 홍련암 : 바다와 함께 마주한 사찰 풍경의 묘미

by 올리버 2020. 6. 22.


강원도 양양군에서 만나게 된 낙산사는 오봉산 자락에 위치한 사찰로, 동해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압권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차에서 내리자마자 맞닥뜨릴 수 있었던 탁 트인 시야와 맑은 공기로부터 시작된 황홀한 시간이 즐거운 한때를 경험하게 했음은 물론이다.



낙산사는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자 관음성지(관세음보살이 상주하고 있는 성스러운 장소) 중의 하나로써 기도를 발원하면 잘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참배객들이 끊이지 않는 절이라고 했다. 게다가 2005년 4월 대형 산불로 인해 많은 당우가 소실된 아픔을 간직한 사찰로 복원하는데만 8년이란 시간이 걸렸던 만큼, 이제는 화마를 피하고자 다양한 화재 예방 시스템을 구축한 곳으로 거듭난 명승지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겠다. 



낙산사의 정문 매표소는 낙산주차장에서 소나무숲길을 조금만 걸으면 도달하는 것이 가능한 홍예문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T맵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움직였더니 낙산비치호텔에 인접한 의상대주차장 쪽 후문매표소에 도착하게 된 관계로, 여기서부터 출발해 정문까지 거꾸로 한 바퀴를 돌아보게 되었다.


참고로 주차료는 4천원이었고 입장료도 1인당 4,000원을 지불했다. 낙산사에 대한 명성을 들어본 적은 많았지만, 여태껏 실제로 방문한 적이 없었기에 강원도 여행의 필수코스로 점찍어 놓은 지 오래였고 드디어 이렇게 만나보게 돼 감회가 새로웠다.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던 와중에 커피 자판기가 보였는데, 커피 한 잔이 100원 밖에 하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 날이 더웠던 데다가 뜨거운 커피 뿐이라서 안 마시고 지나치긴 했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100원으로 즐기는 한 잔 여유를 잠시나마 누려볼 만 하다고 여겨졌다.


경치가 그만인 사찰과 커피 한 잔의 어울림도 환상적인 조합일 것이 분명하므로. 



낙산사에서 만나 볼 첫 번째 목적지는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48호로 지칭되는 의상대였다. 중국 당나라에서 의상스님이 돌아와 낙산사를 짓게 되었을 때 산세를 살핀 장소이자 좌선 수행처로 전해지는 곳이 바로 의상대라고 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의상대에 올라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우리 또한 그곳에서 멋진 풍경과 함께 잠깐 동안 휴식을 취했다.  



홍련암의 관음굴로 가는 길 해안 언덕 위에 자리잡은 의상대는 육각형의 정자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주위 경관마저 탁월함으로 인해 예로부터 관동팔경의 하나로 손꼽히는 곳으로 유명하니, 잊지 말고 들러보기를 바라는 바다. 



의상대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동해바다는 청정함 그 자체였다. 초록빛 나무와 푸른 빛 바다의 조화로움이 기대 이상이었던지라 감탄에 감탄을 거듭할 수 밖에 없었다. 바닷 속이 그대로 들여다 보이는 맑고 깨끗한 물이 마음까지 정화시켜주는 느낌이 들어 행복했다.   


잠시 머물며 숨을 고른 채로 의상대에서 쉬다가 고개를 돌리면 펼쳐지는 바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덧붙여, 의상대에서 바라다 본 홍련암과 주변 경관도 장관이었다. 의상대 북쪽 300m 지점에 위치한 낙산사의 산내암자로써 동해안의 기암절벽 사이로 보여지는 홍련암의 존재감이 대단했다. 봄에 이곳을 찾게 되어 녹음이 우거진 가운데서 홍련암을 만나게 돼 설렜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의 두 번째 목적지가 된 홍련암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멀리서 지켜봤으니, 이번에는 가까이서 홍련암의 위엄을 만나 볼 차례가 된 것이다. 이와 함께, 관음송까지 어우러진 자연의 매력은 정말 놀라웠다. 



홍련암으로 향하면서도, 몇 번쯤은 뒤를 돌아서 거대한 절벽 위의 의상대를 한참 올려다 봤다. 그리고, 길을 걷던 도중에 의상대 관음송 아래의 바위 틈 사이로 부엉이 두 마리가 두 눈을 말똥말똥 뜬 채로 가만히 서 있는 모습 또한 발견하게 돼 흥미로웠다.


눈으로는 잘 안 보였는데, 절벽 근처에서 대포 카메라로 불리는 DSLR에 큼직한 렌즈를 장착한 사진사 분이 촬영하는 액정 모니터에 선명하게 포착이 돼서 신기해하며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홍련암으로 가는 길목에서 감로수로 일컬어지는 '마음을 씻는 물'도 만났는데, 문수보살이 손에 들고 있는 호리병에서 물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물로 인해 마음의 혼란이 깔끔하게 씻겨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만들어준 공간이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물을 마시거나 손을 씻으며 마음을 다독이기에 좋아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냥 사진 한 장만 찍고 이곳을 벗어났다.  



마음을 씻는 물 옆으로 설치된 종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단, '종을 치지 마세요,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져 있으니 정해진 규칙에 따라 눈으로 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면 좋겠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다 보니 낙산사 홍련암의 모습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고, 나름대로 포토존을 연상시키는 꽃모형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공간도 발걸음을 멈추게 도왔다. 꽃잎의 개수와 생김새가 각기 다른 것에서 개성이 드러나는 점이 감명깊었다.


꽃모양 바람개비로 꽃잎이 바람이 살짝 불 때 움직인 것도 같았는데, 확실친 않다. 



홍련암은 파랑새를 따라 동굴 속으로 들어간 의상대사가 석굴 앞 바위에서 기도하다가 바다 위의 붉은 연꽃(홍련)에 나타난 관음보살을 친견하고 세운 암자라고 해서 이름 지어진 곳이다. 현재 홍련암은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36호이며, 파랑새가 사라진 굴은 관음굴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낙산사를 돌아보는 시간 속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장소가 홍련암이었다. 홍련암이 자리잡은 위치의 경이로움은 물론이고 창건설화 역시도 흥미진진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이었음을 밝힌다. 거기에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어디서든 완벽한 운치를 자랑하는 외관도 한몫을 해냈다고 본다. 



사람들의 지극한 신심과 원력이 함께 하며 관세음보살님의 가피가 살아 숨쉬는 기도성지로 정의되는 홍련암은 앞서 언급한 2005년 4월 참화 속에서도 불길이 닿지 않았단다. 사진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을 거라 짐작되는데, 그 속에서도 홍련암만은 그대로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다행스러웠다. 


살아 생전 꼭 기도해야 할 관음성지 홍련암이라고 쓰여진 문구도 눈에 띄었다



홍련암의 법당 내부는 위와 같았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면 바닥에 구멍이 뚫린 채 투명한 유리가 설치된 부분이 존재하는데, 그 아래로 바다와 관음굴이 보이는 게 인상깊다. 



홍련암에서 보이는 의상대는 매우 작지만, 해송과 절벽, 바다를 포함한 경치의 아름다움은 최고였다. 강원도 여행 중 꼭 가볼만한 곳으로 낙산사가 이야기되는 이유도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어 좋았다.


바닷바람이 살포시 불어와 더위를 식혀주는 순간도 일품이었다. 



홍련암의 불전함에는 삼족섬이 있다. 삼족섬은 발이 3개인 전설의 두꺼비인데, 삼족섬을 만지면 꿈과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문장이 쓰여져 관심을 집중시켰다. 앞다리는 2개인데 뒷다리가 항문을 막고 있어 돈을 먹기만 하고 배출하지 않아 재물을 부른다고 알려졌다.


그러니까 방문한 김에 삼족섬을 쓰다듬으며 이루고 싶은 소망을 되뇌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재물신에 가까우니 이왕이면 이와 관련된 걸 비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더해 홍련암 입구에는 먹기 좋게 잘라 놓은 절편이 푸짐하게 담긴 접시가 놓여져 있으니, 먹는 즐거움 또한 누리며 곳곳을 거닐어도 좋겠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절편이 참 맛있었다. 식후 디저트로도 딱이었고.


절편 옆으로 손소독제도 비치되어 있었으니, 손의 청결 관리도 필수! 



강원도 양양 낙산사의 의상대부터 홍련암까지 보고 나오는 길, 동해바다와 기암절벽과 해송의 눈부신 모습을 오래도록 마음에 담으며 천천히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이렇게 보기만 해도 절로 상쾌해지는 기분이란! 


마지막으로, 바다와 함께 마주할 수 있었던 사찰 풍경의 묘미를 일깨워준 의상대와 홍련암의 빛나던 찰나가 오래도록 머리 속에 기억될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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