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군산여행을 시작하며 기차에서 내려 우리가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바로 지린성이었다. 숙소 체크인 시간이 꽤 남아 있던 데다가 점심 시간대가 가까워져 배가 고팠으므로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군산역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 물어물어 목적지에 도달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줄이 기다리고 있어 깜짝 놀랐다. 하지만 다른 음식점을 갈 생각이 전혀 없었으므로 일단은 우리도 대열에 합류했다.
지린성의 줄은 포장줄과 기다리는 줄로 나누어진 상태였고, 확실히 포장줄이 금방 빠지는 게 눈에 보였지만 우리는 먹고 갈 생각이었다. 130번대의 번호표를 받았고 날씨가 더워서 우산과 휴대용 선풍기로 연명하며 차례가 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바로 옆에 자리잡은 카페에서 1인 1음료를 주문하면 지린성에서 포장한 음식을 먹는 것이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으나 그곳도 이미 만석이라 기다리는 편이 나아 보였다.
군산맛집으로 유명한 지린성은 원래도 잘 알려진 곳이었는데, SBS 백종원의 3대천왕을 통해 방송을 타고서 훨씬 더 인기가 대단해져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했다. 방송의 힘이란!
참고로, 친구와 내가 방문한 2017년 군산의 지린성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확장 이전을 통해 자리를 옮겼다고 하니 미리 확인해 보고 찾아가기를 바란다. 뿐만 아니라 메뉴와 영업시간에도 변동 사항이 존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와 함께 음식 전체의 가격이 1,000원씩 인상됐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겠다. 2019년, 현재는 그렇다.
2시간 정도 기다려 조금씩 전진하다 보니 드디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사정상 합석은 기본이었지만 그건 별로 중요치 않았다. 그리고 기본 반찬으로는 단무지, 양파, 춘장, 김치가 나왔으며 맛은 무난했다.
군산 중국집 지린성을 유명세에 올려놓은 대표 메뉴는 고추짜장으로, 화끈한 매운 맛이 특징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운 맛을 중화시키기 위해서는 물과 더불어 기본 반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다.
얼마나 매울지 상상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린성은 고추짜장이니까 결국은 나도 고추짜장을 시켰다. 가게 입장 전,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주문을 받길래 다른 메뉴와 고민하다가 골랐는데 결론적으로는 괜찮은 선택이었다.
지린성의 고추짜장은 간짜장 스타일로 면과 양념이 따로 나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일단 탱글탱글한 면에서 느껴지는 반지르르한 윤기가 군침을 삼키게 만들어서 구미가 당겼다.
뒤이어 나온 고추짜장 양념의 비주얼도 역시나 최고였다. 모락모락 뜨끈한 김이 올라오는 그릇 안에 큼지막하게 썰린 재료들의 향연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사진만 보면 일반적인 간짜장과 큰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는 게 사실인데, 직접 맛을 보면 확실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면 위로 짜장소스를 전부 부어서 맛있게 섞어주면 지린성만의 개성 넘치는 고추짜장 한 그릇이 완성된다. 직접 맛본 고추짜장의 생각보다 엄청 매워서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맵지 않은 건 아니라서, 천천히 음미하며 꼭꼭 씹어 먹었다. 단무지와 함께 즐기면 매운 맛이 조금 덜해지는 것도 다행스러웠다.
우리 옆에 앉은 커플은 우유까지 준비해 와서 마시며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매운 걸 잘 못 먹지만 도전해 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우유나 쿨피스를 미리 사오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겠다 싶었다. 친구와 나는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지만 무사히 다 먹어치웠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고추짜장을 먹는 내내 눈에 들어왔던 건, 짜장 양념에 곁들여진 재료의 크기와 양이었다. 씹을수록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양파, 고기, 고추의 넉넉한 양이 면발과 잘 어우러져 매우 만족스러웠다. 여기서 잠깐, 고추는 청양고추일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덧붙여 이날 메뉴 주문에 앞서 많이 매울 것 같아 맵기 조절이 가능하냐고 물었을 때 불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와서 망설였는데, 대신 중간 맵기로 통일된 맛이라고 해서 시킨 것이 신의 한수가 아니었나 싶다. 이로 인해서 친구는 생각보다 맵지 않다고 아쉬워했지만 그래서 나에게는 딱 괜찮은, 맛있게 매운 지린성의 고추짜장이 와줘서 괜찮게 잘 먹었다.
군산여행의 시작을 함께 했던 지린성에서의 점심식사는 매콤한 고추짜장을 맛봤던 하루로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다음에 또 방문하게 된다면 기다리는 건 어렵지 않은데, 날씨는 좀 선선한 계절에 간다면 좋겠다. 언제 다시 군산으로 여행을 떠날진 알 수 없지만.
드디어, 2017년 5월에 다녀 온 군산여행의 이야기가 마지막에 다다랐다. 의도치 않았지만 여행의 끝을 말하면서 여행의 시작점에 존재했던 에피소드를 풀어놓는 것이 재밌게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즐거웠던 군산 여행기는 이제 안녕, 진짜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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