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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전라도

적막과 씁쓸함이 교차하던 군산 신흥동 일본식가옥(구 히로쓰가옥)

by 올리버 2019. 1. 25.


군산 신흥동 일본식가옥은 구 히로쓰가옥으로 1925년 무렵 건립되었으며, 국가등록문화재 제183호로 지정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군산에서 포목점 및 소규모 농장을 운영함과 동시에 군산부 협의회 회원을 지내던 일본인이 지은 일본식 2층 목조 가옥이다.



이곳이 히로쓰 가옥으로 불렸던 건, 히로쓰 게이사브로가 세운 저택이라서 집주인의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목조 가옥 특유의 멋으로 가득한 공간임은 분명했지만 이 모든 것이 조선인들의 착취를 통해 거머쥔 부로 지어졌을 거라고 생각하니 고요한 풍경의 아름다움보다 씁쓸함이 더 깊이 전해져 올 수 밖에 없었다.  



단순한 협의회 회원이 아니라 의원까지 지냈던 인물의 집이라는 점, 부자 동네로 칭해지던 일본인 거리와 가난함으로 채워진 산동네로 점철된 조선인 마을 사이에 자리잡았다는 점에서 저택의 규모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나무와 꽃들이 가득해 운치 있는 목조 건물의 분위기가 풍겼다. 시대적 상황과 이곳에 살았던 인물에 대해 알지 못했더라면 결코 마주할 수 없었던 감정들이 적막함을 한층 더 고조시켰다. 



군산 신흥동 일본식가옥의 내부는 출입이 금지되어 바깥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대신해야만 했다. 투명한 유리 밖으로 보여지는 모습들이, 가옥 안에 있었더라면 분명히 편안함을 심어주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현재는 (구)호남제분의 이용구 사장명의가 되었고, 지금까지 한국제분이 소유한 곳이라고 한다. 영화 촬영지로도 각광받아 '장군의 아들', '바람의 파이터', '타짜',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등을 찍은 관광명소로도 유명하다. 





가옥을 둘러싼 나무들이 울창해서 마당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는데, 밑동만 남은 나무 한 그루의 모습이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없었다. 




목조 가옥 옆으로 흐드러지게 피어난 겹벚꽃 또한 인상적이었다. 한 편의 그림과도 같았던 경치를 만들어내는데 있어 큰 몫을 하고 있는 푸르름과 분홍빛 꽃망울들이 한참 동안 같은 곳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겹벚꽃나무를 수놓은 여러 겹의 분홍빛 벚꽃이 5월의 봄을 알려주던 순간이었다. 겹벚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군산 신흥동 일본식가옥에서의 만남이 무척이나 반가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봄은 역시 꽃의 계절임을 경험하게 해주었던 군산 여행이기도 했다.






내부 관람이 허용됐을 때 왔더라면 조금 더 오래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외부만 둘러보게 되니 생각보다 금방 전체를 다 만나보게 돼 머물렀던 때는 그리 길지 않았다. 


여기는 장독대와 우물이 시골 특유의 아늑함을 선사했던 장소.  







생각보다 더 엄청난 부유함이 느껴졌던 군산 신흥동 일본식가옥이었다. 히로쓰 일가가 오래도록 거주하고자 지어졌으나 해방 이후엔 강제귀국의 길을 따를 수 밖에 없었으니, 이 또한 운명이었으리라. 



'ㄱ'자 모양으로 건물 두 채가 붙어 있고, 그 가운데 꾸며진 일본식 정원은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보존이 잘돼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어 모은다. 우리는 일본식 주택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건축물을 통해 과거에 행해졌던 아픔까지 기억하며 살아가야 할 임무를 지녔으므로, 이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역사여행과 건축여행은 물론이고 예상치 못했던 봄꽃 여행까지 마주하게 해주었던 구 히로쓰 가옥. 봄에 올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2017년 봄에 찾았던 군산에서의 시간은 그래서 더 따뜻하게 마음 속에 남았다. 




다양한 감정이 마음을 두드리는 것을 확인하며, 한 바퀴를 빙 둘러보고 우리는 처음 발을 디딘 곳으로 돌아와 군산 신흥동 일본식가옥을 나섰다. 여행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초원사진관에서 금방 도착이 가능해서 겸사겸사 방문하기 좋았던 곳이었다. 둘 다 영화 촬영을 했던 장소라는 점에서 공통점 또한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해서 이 점 역시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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