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진포해양테마공원에선 야경과 함께 밤 산책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고려 말, 최무선 장군이 함포를 제작해 500여 척의 왜선을 물리쳤던 진포대첩을 기념하기 위해 2008년에 개관이 이루어진 해양공원으로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낮에 시간이 되지 않아 밤에 잠깐 들른 거였는데, 까만 어둠 속에서 빛나는 조명과 은은한 날씨가 잘 어우러져서 생각보다 재밌는 산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진포해양테마공원에 가까워질수록 해양경찰이라고 쓰여진 해양경비정이 존재감을 빛내며 반갑게 맞아줘서 좋았다.
입장료를 지불하면 해양경비정을 포함해서 내부를 관람할 수 있도록 마련된 다양한 전시관으로의 입장이 가능하나 이미 그 시간대는 한참 지나버렸기에 외부의 모습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았다.
공원에 입장하기 위해 길을 건너기 전, 2010 마을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치된 '바다로 간 기차' 또한 만나볼 수 있었다. 폐철도에서 멈춰버린 기차는 일제시대 수탈의 길이었던 바다를 향하고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은 그쪽이 아닌, 미래 희망의 길이 놓여질 바다인 새만금을 향해 달리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담아낸 작품으로 뭉클함을 선사했다.
1930년 군산으로 떠나는 시간여행이라는 타이틀이 새삼스레 마음에 와닿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제는 아픔이 아니라 희망을 향하여 달리는 기차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어 이 또한 훈훈함을 전했다.
진포해양테마공원 내부에 자리잡은 뜬다리(부잔교)는 선착장 시설물로,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의 특징을 살려 물에 뜨는 것이 가능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정박시설로 건설, 부두에서 정박시설까지 다리를 제작해 밀물과 썰물 시에 상하로 움직이게 만든 장치다.
일제가 전라도 곡창지역에서 수탈한 쌀을 일본으로 보내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는 설명이 안타까움을 전했다. 총 6기가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3기만 남아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많이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롭지만 그로 인해 잔혹한 과거의 상황을 알게 되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찰나인 만큼, 꼭 기억하겠다 다짐했다.
유엔기, 태극기, 6.25 참전국의 23기로 이루어진 6.25 참전 평화기가 바람에 나부끼며 분위기를 더했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서 한적하게 돌아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아기자기한 조형물들도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사진 촬영을 위한 포토존으로도 인기가 많을 것 같았다. 한가한 밤에 오니 사람이 없어 여유롭게 원하는 사진을 찍는 게 가능하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낮과 달리 빛이 없다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곳에선 현재 사용하지 않는 군대 장비 13종 16대가 위엄있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 하나씩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나라를 위해 활동하다 퇴역한 육군, 해군, 공군 장비들을 전시 중이라서 이 또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5월은 가정의 달이고 6월에는 호국보훈의 달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군산 여행을 통해 가족과 함께 하며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만한 시간을 가진다면 보다 더 뜻깊은 하루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군산개항 100주년을 기념한 닻 또한 눈에 띄었다. 봄 밤으로 가득했던 하루에 적당한 바람과 온도, 군산 진포해양테마공원으로 다채롭게 수놓던 조명이 야경의 아름다움과 밤 산책의 즐거움을 더해줘 걷기 참 좋았던 날이었다.
따뜻한 햇살 받으며 오후를 누리는 것도 좋겠지만, 밤에 와서 색다른 분위기의 공원 풍경을 만끽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던 장소였다. 여행 스케줄에 따라 원하는 시간대에 들러보면 어떨까 싶다. 잠깐이라도, 꼭 한 번은 와봤으면 한다. 2017 군산 봄 여행에서 만난 처음이자 마지막 밤을 뜻깊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준 진포해양테마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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