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은 국내에서 근대의 문화유산을 가장 많이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다양한 테마로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어 1~2시간 정도 투자해 둘러보면 좋다. 2017 군산 봄 여행의 둘째날 아침은 그런 의미에서 군산의 역사와 함께 하게 됐다.
박물관 입구로 다가갈수록 느껴지는 엄청난 규모가 느껴져 그것만으로도 존재감이 어마어마했던 곳이었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은 물론이고 군산여행을 떠나 온 사람들로 북적거려 흥미로웠다.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은 내부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는 것이 가능해 이 또한 재미를 전했다. 문화체험의 일환으로 투호, 윷놀이 등이 가능한 도구가 준비돼 있어 함께 즐기기에 더없이 좋아 보였다.
이와 함께 여러 종류의 유적 또한 외부에 전시돼 시선을 사로잡았다. 위의 사진은 공룡 발자국 화석으로, 전북 군산시 도로공사 현장에서 발굴이 완료된 화석 표본을 이전해 온 것이라고 한다. 천연기념물 제548호로 지정되었으며, 보존 상태가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2족 보행이 아닌 4족 보행의 흔적이 두드러지는 화석으로, 발자국이 크기가 상당해서 공룡의 거대한 몸집이 절로 상상되기도 했다. 움푹 파여 있는 바닥을 통해 마주할 수 있었던 공룡 발자국이 눈에 쏙 들어왔다.
입구를 통해 들어와 가장 먼저 만나보게 되는 것은 1층의 해양물류관이다. 국제 무역항으로 이름을 날렸던 군산항의 모습과 물류유통 역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군산의 옛 유물들이 보존되어 있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돌아보게 되었다.
특히 배의 변천사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사진과 같이 커다란 배 모형 위에 직접 올라가 볼 수 있게 꾸며져 직접 발을 디디게 됨으로써 흥미 유발은 물론이고 호기심을 충족시키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인 공간이기도 했다.
배 위에 올라서면 해양물류관의 전체적인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어 이 또한 새로운 분위기를 맞닥뜨리게 도왔다. 그중에서도 왼쪽에 빨간 줄로 출입을 제한한 공간 안에 자리잡은 요여(영거)는 전통상례에서 장례를 지낼 때 혼백과 신주를 모시는 작은 가마로 영여라고도 하는데, 장례 시에 상여 옆에 서는 가마를 말한다.
제주고씨 임피종문회에서 기증된 것으로 조선 후기에 제작되었다고 추측된다. 이와 함께, 단체 관람객들이 자리를 비움으로써 만나게 됐던 한가로운 전시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으므로 카메라에 담아봤다.
해양물류관을 지나 2층으로 올라오면서 만나게 된 독립영웅관. 이곳은 호남 최초로 3 ·1 만세운동과 전국 최대 농민항쟁이 있었던 군산을 빛낸 자랑스러운 독립영웅들을 접하는 것이 가능해 마음이 벅차오르는 장소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에 독립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했던 사람들의 넋을 기리고 역사를 기억하자는 뜻에서 돌아보는 시간이 의미있었던 순간이었다.
다시 또 계단을 올라 3층에 이르니 근대생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1930년대로 떠나는 시간여행을 컨셉으로 그 때의 군산을 가까이에서 엿볼 수 있게 해줘서 좋았다.
건물의 외관을 재현하고 내부에는 장소에 맞는 체험을 가능하도록 마련되어 어느 곳이든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테마 전시관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영명학교는 군산 최초의 한국인을 위한 사설 중등학교로 설립되었고, 이곳을 재현해낸 공간의 내부에선 야학의 현장을 미니어처로 만나볼 수 있어 흥미진진했다. 섬세한 작업을 통해 디테일한 표정까지 확인하며 오래도록 눈을 떼지 못했다.
조선주조주식회사에서는 1930년대의 술병의 생김새를 보고 은색 덮개를 열어 술지게미 향기를 체험하며 시간을 보냈다. 술을 곡식으로 빚어낸 후 남은 술 찌꺼기를 술지게미라고 한다고 하는데, 향기는 역시나 술 냄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이 술지게미가 군산의 주 특산물인 울외장아찌의 주원료라는 점. 울외는 처음 들어봤는데 주로 절임으로 해 먹는 음식이라고.
그리고, 지게 체험도 있었다. 직접 체험을 하진 않았으나 그냥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지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사진을 찍으면 이곳을 방문했다는 추억을 남기는 아주 좋은 기념 사진이 될 것 같긴 했다.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관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사진은 군산극장으로 골라봤다. 1920년대의 대표적 문화공간으로 죽성동 수협 앞 골목에 존재했으며, 일제강점기 당시에 민족운동 기금을 모으고자 여러 공연과 모임들이 행해졌던 문화 운동의 중심지라는 점에서도 꼭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실제로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기도 하고, 잠시 앉아 쉬어가도록 해놔서 여러 모로 만족스러웠다.
볼거리, 즐길거리는 물론이고 군산 역사와 지역의 문화유산을 한눈에 볼 수 있기에 흡족했던 곳이었다. 결론적으로, 군산여행을 온다면 빼놓지 않고 들러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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