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 /서울

이정윤의 <Traveling Trunk> : 여행하는 코끼리 프로젝트 전시

by 올리버 2018. 5. 12.



삼성역에 위치한 KT&G 대치아트홀 3층에서 6월 10일까지 이정윤 작가의 Traveling Trunk를 만나볼 수 있다. 이름하여 여행하는 코끼리 프로젝트로, 화사한 핑크빛 색채가 돋보이는 전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코끼리는 무리를 이탈하지 않는데, 그에 반하는 행동의 의미가 죽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Traveling Trunk의 코끼리는 달랐다. 코끼리의 코를 뜻함과 동시에 인간의 몸통은 물론이고 여행 가방을 얘기하는 Trunk와 '여행하는'이라는 단어를 담아낸 Traveling이 합쳐져 전시의 타이틀이 됨에 따라 독특한 개성의 생명체를 마주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늘을 향해 두둥실 떠오른 코끼리의 모습은 원하는 곳으로의 여행을 만끽하는 즐거움으로 가득해 보이면서도, 불편한 하이힐을 신은 모습이 눈에 들어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일상을 벗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맡은 사회적 역할과 무게를 잊지 못하고 짊어진 채 견뎌 나갈 수 밖에 없는 현대인의 반복되는 하루를 떠올리게 해서 짠한 마음이 들었다. 





특히, 코끼리 자신의 몸을 지탱하기 버거워 보이는 핑크빛 하이힐에 애달픔이 담겨져 있는 듯해 더더욱 그랬다. 화사한 분홍테의 선글라스는 바캉스를 즐기는 코끼리의 행복한 한때를 경험하게 해주면서도 하이힐과 대비돼 아련함을 선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젠가는 하이힐을 발에서 떼어낸 채로 성큼성큼, 자신만의 진짜 여행을 즐기는 코끼리를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몸을 웅크린 채로 하이힐을 착용한 코끼리의 애처로움이 절실하게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여름이 다가와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질텐데, 그 시간만이라도 오로지 자신과 곁에 있는 이들을 위해 휴식을 취할 수 있었으면 한다.


여행하는 코끼리가 전해준 삶의 무거움은 생각 이상으로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떠남을 통해 맞닥뜨리게 되는 설렘 또한 실감케 해줬기에, 여러모로 의미있는 전시를 만났던 한때였다. 잠깐 보고 나왔음에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예술과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