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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부산

부산 떡집 남천동 망개떡 : 망개잎에 싸서 쪄낸 떡의 달지 않은 맛을 경험하다

by 올리버 2019. 10. 8.


부산 여행 갔다가 광안리 근처 떡집인 남천동 망개떡에 들러 망개떡 한 상자를 구입했다. 망개떡은 의령 특산품으로 유명하다고 하던데, 어쩌다 보니 부산에서 사서 먹어보게 되었다. 그냥 갔다가 빈손으로 오면 허무하니까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떡집에 전화를 해서 미리 예약을 한 뒤, 버스를 타고 무사히 다녀왔다. 


상자를 넣어준 비닐봉지에도 가게 이름과 '전통떡'이라는 세 글자가 박혀 있어 여전히 기억에 남는 곳이기도 했다. 



방부제와 색소를 넣지 않은, 당일 만든 떡만을 판매한다고 적힌 설명 또한 마음에 들었던 남천동 망개떡이었다. 직접 가게에 방문하니, 직원들이 떡을 만들어 포장하는 분주한 모습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모든 떡은 냉동보관 필수, 구워 먹어도 맛있다고 한다. 그중에서 내가 산 망개떡은 2~3시간 동안 자연해동해 먹는 게 좋다고 쓰여 있었다.



떡 종류도 상당히 다양했는데 호두말이꿀떡, 아몬드꿀떡, 사과인절미의 맛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날의 목표는 망개떡이었으므로, 다른 떡은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먹어보기로 했다. 망개떡만 예약해 두기도 했고. 



비닐봉지 안에는 망개떡을 넣은 분홍빛 상자가 고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박스 윗부분에는 떡집의 이름과 가게 이름, 연락처를 제외한다면 불필요한 요소가 배제돼 깔끔한 포장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와 함께 부산 남천동에 위치한 떡집으로 망개떡을 메인으로 판매하는 곳임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작명 센스도 최고였다. 우리는 가게에 도착해서 잠시 기다리며 곳곳을 둘러보다 주문한 개수의 떡이 차곡차곡 담긴 상자를 건네받고 계산을 마쳤다.




내가 주문한 건 망개떡 10개들이 한 박스로, 가격은 총 10,000원이었다. 그러니 떡 하나에 천원 정도라고 여기면 되지 않을까 싶다. 망개잎 안에 감싸인 고운 빛깔의 떡은 가장 먼저 눈으로 먹어보기에도 그만이었다. 처음 만난 형형색색의 망개떡이 아름다워서 한참동안 시선을 뗄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므로.


망개떡은 망개나무 잎사귀인 망개잎을 활용한 떡이다. 참고로 망개잎은 천연방부제 역할을 톡톡히 해줌에 따라 떡이 상하지 않도록, 그리하여 오래 보관하며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비주얼적으로도 독특함을 선사해 이목을 집중시켰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잠깐, 망개떡을 먹을 땐 주의사항부터 먼저 체크하고 입으로 가져가도록 하자. 그것은 바로 이거다. 망개떡을 감싼 망개잎은 먹지 않을 것. 망개잎에서 망개떡을 떼어내서 떡만 먹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니 잊지 않아야겠다. 


나도 망개떡은 처음이라 잎도 먹는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아니라 다행이었다.  



내가 고른 건 10개 중에서 영롱한 붉은 빛을 띈 망개떡이었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찰진 반죽 안에는 팥소가 들어 있었는데, 달지 않고 쫀득한 맛을 경험할 수 있어 괜찮았다. 영양간식으로 매우 적합해 보였다.


맛도 나쁘지 않았고, 떡집의 위치도 가까워서 직접 가서 사오길 잘했다 싶었던 망개떡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왜냐하면, 분명히 전화로 예약을 걸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에서 곧바로 떡을 사 가지고 나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방금 전에 예약한 떡을 사러 왔다고 했더니 당황하시며 그 자리에서 주문을 다시 확인하고 떡의 포장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게 된 건, 그런 의미에서 감점 요인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바빠서 그랬던 거라고 이해는 하지만, 통화한 내용을 기억 못하시는 것 같아서 조금 슬펐던 건 맞으니까. 바로 간다고 얘기해 두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는 이 가게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망개떡을 사러 가는 여정 속에서 마주한 남천동의 풍경과 처음 맛본 망개떡의 맛이 지금까지 접하지 못한 새로움을 전했기에 반가웠다.


게다가 망개잎에 싸서 쪄낸, 달지 않은 망개떡의 맛이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은 우리의 인생을 닮아 있었던지라 가끔씩 생각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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