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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전라도

기차 대신 철도를 따라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을 걷다

by 올리버 2018. 12. 19.



경암동 철길마을은 군산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멀지 않았고, 때마침 우리가 그곳에 있었기에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움직이기로 했다. 이야기하며 걷다 보니 철길이 얼마 지나지 않아 눈앞에 들어와서 그것을 따라 곧장 쭈욱 발걸음을 옮기면 됐다.  



버스 터미널에서 철길마을로 향하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에게 이곳은 시작점이었고, 그 반대로 움직이는 사람들에게는 종점과 다름 없는 이곳에는 개구진 표정과 포즈를 한 어린이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이와 함께 머리를 숙인 채로 귀를 바짝 갖다 대고 기차가 오는 소리를 듣기 위해 엎드린 소년의 동상이 특히나 인상깊었다.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게 된 철길마을이지만 철도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그 옆으로 마을 사람들이 일군 밭과 자연 풍경이 어우러져 싱그러움이 전해져 왔다. 푸르른 봄을 간직한 5월의 향기로 가득했던 그날들. 






전방을 주시하며 집을 지키던 강아지들을 스쳐 지나갈 땐 절로 미소가 지어졌고 벽에 기대진 자전거와 비어 있는 벤치 또한, 철도와 더불어 오붓한 마을의 정취를 경험하게 해주었다.  


볼거리가 워낙 많았기에 이곳저곳을 천천히 둘러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찰나였다. 날씨도 워낙 좋았어서 산책하기에도 딱이었고. 






벽면에 가득한 시의 구절과 그림, 철길마을의 과거를 연상시키게 돕는 벽화 또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곳의 철길은 총 2.5km로, 1044년 4월 4일 신문용지 제조업체가 원료와 생산품을 실어 나르고자 만들어졌다. 사람 사는 동네를 움직여야 했기에 속도가 느렸고, 시속 10km 정도로 움직이던 느린 열차는 2008년 7월 1일이 되어서야 통행을 완전이 멈추었다고 한다.



올해가 2018년으로, 딱 10년을 맞이하는 셈이 된다고 하니 새삼 놀라운 마음이 들었다.  






경암동 철길마을을 오가는 도중에는 볼거리 못지 않게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끄는 것은 바로 군것질거리다. 추억의 과자를 맛볼 수 있어 향수에 빠져들게 만들기도 하는데, 특히 추억의 주전부리로 가득한 노란집은 명물 중 하나다.


이름에 맞게 집의 색깔이 샛노란 점이 특징이었다. 




노란집은 그냥 지나쳤지만, 길거리에서 포츈쿠키를 판매하길래 한개 집어들어 봤다. 과자를 쪼갠 안쪽으로 들어 있는 종이에 적힌 문장들이 지금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현재에 충실함으로써 행복한 오늘을 보내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 것. 






예쁜 꽃과 깜찍한 캐릭터 인형이 즐비해 내딛는 걸음은 더뎠지만, 이곳은 다른 곳보다 느리게 움직였던 열차의 속도만큼이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이니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런 이유로, 일부러 속도를 낼 필요는 전혀 없었다.




교복스냅촬영을 하는 커플들의 모습에 사랑이 가득 묻어났다. 날씨가 좋아서 사진도 잘 나올 것 같았다. 사진을 따로 찍진 않았지만 이곳에 드라마 김과장 촬영장소도 만날 수 있으니 참고해서 방문해도 괜찮겠다. 


촬영에 임하는 모델들과 더불어 카메라에 그들을 담아내는 사진사의 모습도 볼만 했다.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여도 좋지만 혼자라도 충분히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 경암동 철길마을은 군산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상업화가 많이 진행돼 조용히 둘러보기는 힘들고 북적임 사이를 오고 가야 하므로 다소 불편함을 느끼게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점을 참고해야겠다. 



관광지의 특성상 장단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므로, 마냥 슬퍼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기차는 더 이상 다니지 않지만 대신 사람들이 철도를 걸으며 추억을 쌓고 있으니, 이 또한 뜻깊게 여기면 될 일이다. 사람들이 어우러져 엮어가는 이야기의 감동이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에 오래도록 머무르기를 희망한다.


그런 이유로 2017년, 작년 봄에 걸었던 군산의 철길이 다시금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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