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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경기도

경기도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 용문산과 천연기념물이 어우러진 사찰의 멋

by 올리버 2018. 2. 26.


용문사는 경기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에 위치한 신라시대의 절이다. 주차비와 입장료를 지불하고 일주문을 지나 오르는 길은 그리 험난하진 않으나 등산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어 흥미롭다. 실제로 사찰 관람 후에 용문산으로의 등반을 준비하는 등산객들도 많았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소나무의 푸르름이 잘 어우러진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추위가 잊혀짐으로써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이게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없지 않았다. 



용문산은 용문사를 품은 채로 엄청난 위엄을 맞닥뜨리게 하며 멋진 풍경을 조성하고 있었다. 용문사 자체가 그리 큰 사찰은 아니라서 천천히 둘러보는 데도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는 편은 아니었다. 


점심 때가 되지 않은, 꽤 이른 시간대에 도착해서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한 바퀴를 도는 것이 가능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구경을 마치고 길을 따라 내려가고 있자니, 그제서야 비로소 용문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구성원의 모습도 손쉽게 포착됐다. 



평평한 돌 위에 자리잡은 동자승과 그 곁에 존재하는 동전의 모습은, 돌 위에 돌을 차곡차곡 쌓으며 소원을 비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염원의 애틋함을 경험하게 해주기도 했다. 


각기 다른 표정과 생김새를 지닌 동자승들이 계단을 오르 내릴 때마다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도 흥미로웠다. 



우리가 용문사를 방문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진 속의 은행나무를 보기 위함이었다. 경기도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0호로써 추정 수령이 무려 1,100년을 넘는다. 덧붙여,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지는 이 절에 은행나무를 심은 것은 중국을 왕래하던 스님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신라의 마지막 임금으로 불리는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설움에 겨워 금강산으로 향하다가 심었다는 설, 의상대사 본인이 사용하던 지팡이를 꽂은 자리에서 절로 은행나무가 자랐다는 설도 있다.



중국을 오가던 스님이 심었다는 첫 번째 설이 가장 유력하게 여겨지지만, 마의태자와 관련된 두 번째 설 또한 과거의 아픈역사를 돌이켜 봤을 때 마냥 허황된 이야기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그러나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세 번째 설! 실존인물의 존재와 더불어 판타지적인 면모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매우 구미를 당긴다.


어마어마한 천연기념물의 자태는 겨울에도 여전했다. 노란 은행잎으로 가득한 가을에는 그야말로 절경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어느 계절에 오든 용문사 은행나무의 카리스마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바다.  



걷는 동안 눈에 들어오던 은행잎의 문양도 그런 의미에서 역시나 시선을 잡아끌었다. 참고로 가까이에 서면 은행나무 전체의 모습을 담을 수가 없기에 조금, 아니 꽤 많이 물러서야만 했다. 


그러나 걱정은 금물이었음을. 이유는, 용문사에 막 발을 들일 때는 몰랐는데 다 보고 나오니까 은행잎 모양의 포토존이 따로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단체사진 촬영은 물론이거니와 은행나무의 웅장한 비주얼을 한 눈에 담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 간직하기에도 딱 좋았다. 역시, 포토존이 없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짧지만 굵게, 용문사 산책을 마치고 다시 내려오는 길에 우리를 맞아주던 키 큰 나무들의 그림자와 이로 인해 생겨난 그늘 또한 인상적이었다. 세찬 바람이 몸 속으로 파고들 때도 있었지만, 겨울이니까 겨울만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더없이 충분했던 순간들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어붙은 계곡에는 새하얀 눈과 투명한 얼음이 겨울왕국을 연상시켜 저절로 눈길이 가기도 했다. 용문산과 천연기념물이 어우러진 사찰의 멋은 생각보다 값진 가치를 지니며 마음 속에 새로운 울림을 전해 주었다.


경기도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만끽했던 사찰에서의 시간 또한 잊지 못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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