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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인천

강화도 석모도 보문사 : 눈썹바위와 마애석불좌상을 만나다

by 올리버 2018. 1. 9.




2018 무술년 새해의 첫 여행은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강화도에서 석모대교를 건너면 만날 수 있는 석모도 보문사로부터 시작되었다. 예전에는 외포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이동했는데, 강화도와 석모도를 잇는 다리가 개통되면서 조금 더 편리하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곳은 신라 선덕여왕 4년(635년)에 창건된 절이다. 관세음보살이 상주하고 있다는 산의 이름에서 비롯된 낙가산과 관세음보살 원력이 광대무변함을 상징하는 의미의 보문사로 명명돼 많은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는다. 덧붙여 양양의 낙산사, 금산의 보리암을 포함한 우리나라 3대 해상 관음기도 도량이기도 하다.


주차비 2천원, 성인기준 2천원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드디어 일주문을 지나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생각보다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놀라웠다.  






걷는 내내 보여지는 연등에 '소원이 이루어지는 길'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어서 한 걸음씩 내딛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기운이 났다. 이제 막 새해를 보내고 있는 이들의 마음 속에 담긴 염원을 모를 리가 없는 장소이기도 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책하는 기분으로 눈 앞에 놓여진 길을 따랐다.  






우리가 가장 먼저 선택한 코스는, 4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야 하는 눈썹바위. 그곳에 자리잡은 마애석불좌상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계단으로 다가가던 순간, 옆에서 마주할 수 있었던 불상들의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마애불 일년 소원등을 접수 중이라는 현수막과 더불어 색색깔의 연등이 인도하는 길로 드디어 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조심조심, 신중하게 계단을 밟아 나가다 보면 멋진 풍경과 함께 시원한 공기를 경험할 수 있어 이 또한 즐거움을 전해준다. 





뿐만 아니라 눈에 띄는 볼거리도 꽤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불사를 기념하는 의미로 세워진 관음성전계단불사공덕비는 계단을 많이 오르지 않고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마애불 소원지는 용왕단과 함께 계속해서 걸어 온 계단의 시간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기 좋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여기에선 소원지를 적어 유리병에 담는 것이 가능하며, 100일이 지난 이후에는 이것을 스님들이 축원과 더불어 소전의식을 치뤄줌으로써 소원에 대한 의미 부여에도 큰 역할을 한다. 


그런 이유로, 소원을 이루고픈 사람들의 간절함에 힘을 실어줌과 동시에 위엄 넘치는 용의 자태는 물론이고, 그 앞으로 바라다 보이는 경치의 아름다움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명소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다. 







투명한 유리병 사이로 드러나는 어여쁜 소원지에 꾹꾹 눌러담은 사람들의 소망이, 올해는 꼭 이루어지기를. 나름대로 장관을 연출하던 소원지와 유리병의 모습 또한 눈여겨 볼만 했다. 








드디어 마주하게 된 보문사 마애석불좌상은 1978년 금강산 표훈사의 주지 이화응과 보문사의 주지 배선주가 낙가산 중턱의 눈썹바위에 조각한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번뇌와 마귀를 씻어내게 해주는, 깨끗한 물이 담긴 정병을 두 손에 쥔 관음보살이 연꽃받침 위애 앉아 있는 모습은 오랫동안 시선을 집중시키며 한동안 모든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정성으로 기도를 드리면 이뤄지지 않는 소원이 없다고 해서 신도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도 한다. 이날도 마찬가지로, 절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애석불좌상이 새겨진 눈썹바위는 이름처럼, 눈썹은 물론이고 눈꺼풀 또한 닮은 모양새를 갖추고 있어 신기했다. 무더운 햇살은 물론이고 눈과 비가 내려도 끄떡없이 마애석불좌상을 보호해 줄 것 같은 비주얼이 흥미로웠다. 



가까이서 봐도 그렇지만, 계단을 다시 내려와 평지에서 고개를 들어올려 바라다 볼 때 더더욱 눈썹바위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잊지 말고 방문한다면 더 좋겠다. 






눈썹바위와 마애석불좌상을 만났으니 이제 다시 계단을 내려온다. 생각보다 가파른 부분이 없지 않으니 주의하면서. 계단을 오르 내리는 동안, 학업성취를 실현하고픈 바람이 담긴 동자승 미니어처는 물론이고 부를 향한 소망이 차곡차곡 쌓인 돌탑 역시도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날이 좀 흐리긴 했지만 위에서 내려다 본 바다와 도시의 어우러짐 역시 볼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의 매력이 존재하는 법이니까. 







연등의 행렬 속에서 이루어진 사람들의 모습도 그림 같았다. 눈썹바위와 마애석불좌상과의 만남을 뒤로 한 채, 아직 마주하지 못한 보문사를 접하기 위해 우리는 다시금 경쾌하게 발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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