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에서 볼 일을 마치고 저녁 약속 전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어떻게 할까 고심하다가 근처에 서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망설임없이 그곳으로 달려갔다. 알라딘 중고서점 가로수길점은 신사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번화가에 위치해 찾아가기도 쉬웠다.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갈수록 알라딘 특유의 입구가 눈에 들어와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생각해 보니, 알라딘 중고서점 자체를 방문하는 일도 정말 오랜만이었구나 싶었다.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품절절판도서가 자리잡은 공간이었다. 까만 벽에 하얀 글자로 적혀 있는 한 문장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사로잡았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몇 개의 계단을 조심히 올라가면 생각보다 다양한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해줘서 이 또한 나쁘지 않았다.
여러가지 캐릭터 상품과 DVD, CD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완전한 신상품이 아니기에 그로 인해 경험할 수 있는 향수와 예전 주인들의 손길이 묻어나는 모습이 아련함을 전하기도 했다.
한때는 나도 각종 음반을 끊임없이 사들였던 때가 있었기에 더 그런 마음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품절절판도서 코너를 나와 시간을 보내는데 도움을 줄 나만의 책 한 권을 찾아 도서로 즐비한 서점 내부 곳곳을 돌아다녔다. 출간일 1년 신간부터 알라딘 중고서점만의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깔끔하게 꽂혀진 책들이 시선을 집중시켰다.
덕택에 보고 싶은 도서가 여러 권이라서 갈등했던 순간도 많았다.
알라딘 중고서점은 기본적으로 사진 촬영을 환영하는 곳이라서 더 마음에 들기도 했다. 그렇긴 하지만,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기에 무턱대고 여러 장을 찍는 대신, 마음에 드는 장소를 골라 카메라에 담았다.
맨 아래쪽에 거의 새책이나 다름 없어 보이는 위키드 또한 눈에 쏙 들어왔다.
사람들이 앉아서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끔 마련된 독서공간도 훌륭했다. 특히 사진처럼, USB단자 및 콘센트를 꽂을 수 있는 장치까지 구비돼 있어 만족스러웠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를 위한 독서 공간을 따로 준비해 놓았는데, 여기에서 전해져 오는 배려심도 곱씹어 볼만 했다. 책 읽기에 열중한 어린이들의 모습 역시 훈훈했다.
이날 내가 손에 집어든 책은, 나의 눈부신 친구.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훌쩍 지나서 반도 읽지 못하고 제자리에 꽂아 두고 나왔는데 그래서 아쉽다. 다음에 제대로 정독을 해야겠다. 나폴리 4부작의 첫권으로 흥미로움을 선보였기에, 잊지 않고 기억해 두려고 한다.
사진으로 남기진 않았지만 이외에도 위생적인 관리가 돋보이는 화장실까지 모든 것이 괜찮았던 알라딘 중고서점 가로수길이었다. 서점이야말로, 짜투리 시간을 알차게 해주는 멋진 장소라서 더더욱 고맙게 느껴졌다.
'국내여행 > 서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정윤의 <Traveling Trunk> : 여행하는 코끼리 프로젝트 전시 (0) | 2018.05.12 |
---|---|
올림픽공원 들꽃마루 : 꽃양귀비/수레국화/안개초가 어우러진 봄의 들판 (0) | 2018.05.08 |
롯데월드 어드벤처 해피 크리스마스 퍼레이드 명당, 놀이공원의 낮과 밤 (0) | 2018.04.07 |
롯데월드 어드벤처 놀이공원에서 회전목마와 함께, 메리 크리스마스! (0) | 2018.02.19 |
루이비통 전시 in DDP :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에서 만난 가방의 역사 (0) | 2018.01.07 |
댓글